성묘

시 -5 2023. 9. 28. 15:13

성묘

                                                      차옥혜

 

어머니와 아버지는
산 아래 내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이내 가을햇빛으로 달려와
나를 와락 껴안으시며
풀벌레 소리로
바쁜데 먼 길 뭐하러 왔느냐 하시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언제 올지 모르는 이 딸을 위하여
함께 오르는 산길과 당신들의 집에
가지가지 풀꽃들 피워놓으시고
토끼와 다람쥐와 여치와 새들도 불러놓으셨네
죽음과 삶이 정답게 주고받는 소리 부러워
단풍잎은 더욱 붉어지네
부모님 품은 금잔디 밭
부모님 눈은 가을하늘
이승과 저승이 한 세상이네
평안하고 따뜻하여 넋 놓고 앉았는데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둡기 전에 어서 가라고
내 등을 산 아래 마을 쪽으로 떠밀며
구름으로 자꾸만 따라오시네

 

                                                              (10번째 시집 <날마다 되돌아가고  있는 고향은>에 수록)

 

'시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막이 적막을 위로한다  (0) 2023.12.17
서리꽃  (0) 2023.11.08
파도  (0) 2023.09.14
산이 된 친구  (0) 2023.08.09
길 없이 길을 가는  (0) 2023.08.01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