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 창작시집
숲 거울
푸른사상 2016년 6월
※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 선정
<보도자료에 실은 작품해설>
차옥혜 시인이 제시한 ‘숲 거울’의 개념은 숲의 의미를 시문학으로 심화시키고 있기에 주목된다. 지금까지 숲을 제재로 삼고 노래한 시인들이 많았고 앞으로도 많겠지만, 차옥혜 시인은 그 누구보다도 본격적이고 집중적으로 노래했다. 숲을 단순히 제재로 삼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품어 숲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물론 숲과 인간의 공동체적인 운명을 자각시킨 것이다.
시인은 시집의 서문에서 ‘숲 거울’의 근거를 “나는 오래전부터 작고 작은 숲 하나 낳아 길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그 숲이 오히려 나를 기르기 시작했다. 숲은 나에게 때로는 어머니, 스승, 친구, 애인, 자식이 되어주기도 하고 나와 세계를 환히 비추어주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낳아 기른 숲이 오히려 자신을 기르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 세계를 환히 비추어주는 숲을 노래한 것이다.
“숲”은 “생명과 생명이 사랑으로 껴안는 곳”이고, “맑고 깨끗한 하늘과 땅이 눈 뜨는 곳”이다. “사람이 꽃이고 꽃이 사람인 곳”이기도 하다. 그와 같은 세상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화자의 희망이다.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 생명을 중시하는 인간만이 “숲과 사람과 초원에/고이고 고이는 평화와 꿈”을 이룰 수 있고 “흐르고 흐르는 생명의 강”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숲과 친밀한 관계를 가질수록 인간은 인간다워진다. 숲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맛을 느낄 수 있고 색감을 체험할 수 있고 촉감을 느낄 수 있기에 숲다워지기도 한다. 인간과 숲이 서로 생명력을 낳는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차옥혜 시인이 제시한 ‘숲 거울’의 의미는 크고도 깊다. 숲이 어머니와 스승과 친구 등과 같고, 이 세계를 환하게 비추어주는 존재로 인식함으로써 숲과 인간이 공동체라는 운명을 자각시킨다. 또한 숲과 인간이 지닌 생명력, 사랑, 평화, 우주적 질서 등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시인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숲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숲을 거울로 삼고 인간이 궁극적으로 이르고자 하는 이상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맹문재 (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표지에 실린 시평>
시냇물 흐르고 실바람 부는 숲과 비밀스런 초원이 펼쳐져 있는 은밀한 시집이다. 시 한 편 한 편이 민들레, 유채, 목련, 억새꽃, 개나리, 감나무, 살구나무, 튜립나무 등 생명의 씨앗들이다. 깊은 생각들이 정다운 시어(詩語)의 숲을 이루었구나. 시인 이상은 거울에서 자신을 마주했고, 윤동주는 우물에 반사된 자신을 보았다. 차옥혜 시인은 숲을 거울로 삼은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시집을 읽으며 숲을 거울 삼아 내면(內面)을 마주하는 독특한 체험을 했다. 이 시집을 읽는 당신도 온누리의 작은 누리로서 숨쉬는 인간의 근원적 행복을 성찰하게 될 것이다.
- 김응교 (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시는 그 사람이라는 말이 낡은 집 처마 끝에서 녹슨 풍경(風磬)과 같이 목매달려 있을 때, 차옥혜 선생님은 그 풍경을 우리들 마음에 다시금 울려 깨운다. “젖고 젖어서 / 이제는 / 바람 불고 불어도 / 꽃잎이 날아와도 / 나비가 앉아도 / 울지 못하는 / 녹슨 풍경 // 오직 / 넋이 울리는 제 몸 / 소리 없이 우는 풍경에 / 마음의 귀만 아파라”(「녹슨 풍경」부분). 녹슨 풍경이 청아(淸雅)로 살아 울리니, 봄 숲에 퍼지는 햇살처럼 선생의 마음이 몸속으로 스미어 와 맑고 밝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집을 ‘숲 거울’이라고 읽으며 몸과 마음을 절로 살피게 되는 것이다.
- 이규배 (시인)
세번째 시선집
그 흔들림 속에 가득한 하늘
인간과문학사 2014년 8월
<표지에 실린 시평>
차옥혜 시인은 거실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새 한 마리를 보게 된다. 이것이 시 <새와 유리창>의 발상 모티프다. 그 새는 손짓하는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풀과 꽃을 향해/기쁨으로 전 속력을 다해 질주”한다. 유리창에 반사된 허상들의 유혹에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시인은 유리창을 비켜 날아가는 또 다른 한 마리의 새에 대한 행방을 궁금해 하며, 자신의 길을 되새긴다. “달리던 환한 길 앞에서” “더듬대고 머뭇거린다”. 여기에서 달리던 환한 길은 아버지가 길을 내고 밝혀놓은 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머뭇거리는 것은 허상을 쫓다가 죽은 새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이 벌판 가녀린 풀잎으로/흔들리는 것이 서러워/흐느끼는 풀에게/네가 바로 하늘이”(시 <바람 바람꽃-서시>에서)라고 말할 줄 아는 시인이다. “어제 죽고 오늘 죽은 풀들/내일 다시 태어나고/눈보라에 떠난 풀들/봄날에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풀은 “죽지 않는 생명”이며, 자신은 “영원히 이 벌판을 지키”는 바람임을 아는 시인이다.(시 <바람 바람꽃-서시>에서)
‘사막을 건너가는 작은 새’는 허상을 쫓다가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새인지도 모른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꿈을 좇는 새이다. 사막을 건너야 하는 작은 새. 그 새는 인간 군상들이다. 시인 자신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차옥혜 시인이 내면 탐색을 위해 설정한 키워드는 새인지도 모른다. 그 작은 새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존재에 대해 우리가 부단히 탐색해야 할 모티프다.
- 유한근(문학평론가ㆍ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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