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울다

                              고은

 

봄비 앞

어린 이파리

봄비 뒤

어린 이파리

 

그 어리디어린 이파리 숨진

차 한잔이

여기 와 있군

 

나 또한

을긋불긋 팔만사천 번뇌 두고

여기 와 있군

 

제법 둘이 하나 되고 하나가 둘이 되어 와 있군

 

웬일인가

바람 한점 없이도

댕그랑

풍경소리 와 있군 울고 있군

 

  【감상】 시인은 차 잔 속에 와 있는 어린 이파리를 보며 바람도 불지 않는데 풍경소리를 듣는다. 시인이 풍경이 되어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것이다.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생명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에 시인은 언제 어디서나 풍경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풍경 소리가 시인의 울음이 시가 되는 것이리라.

 

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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