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 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빛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풀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 하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감상】 신경림 선생님의 시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시다. 정착을 꿈꾸면서도 떠돌며 살 수 밖에 없는 민초들의 애환과 삶이 환하고 애달프고 아름답다.
'타인의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0) | 2009.07.01 |
---|---|
풀 - 김수영 (0) | 2009.07.01 |
집시의 시집 - 기형도 (0) | 2009.07.01 |
예수와 가난한 사람들 - 헤르만 헤세 (0) | 2009.07.01 |
무지개 - 윌리엄 워즈워스 (0) | 2009.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