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울다
고은
봄비 앞
어린 이파리
봄비 뒤
어린 이파리
그 어리디어린 이파리 숨진
차 한잔이
여기 와 있군
나 또한
을긋불긋 팔만사천 번뇌 두고
여기 와 있군
제법 둘이 하나 되고 하나가 둘이 되어 와 있군
웬일인가
바람 한점 없이도
댕그랑
풍경소리 와 있군 울고 있군
【감상】 시인은 차 잔 속에 와 있는 어린 이파리를 보며 바람도 불지 않는데 풍경소리를 듣는다. 시인이 풍경이 되어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것이다.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생명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에 시인은 언제 어디서나 풍경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풍경 소리가 시인의 울음이 시가 되는 것이리라.
'타인의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리는 세력만 못한가ㅡ만해 한용은의 말씀 - 맹문재 (0) | 2019.08.12 |
---|---|
『만인보』 서시 - 고은 (0) | 2009.07.01 |
당신을 보았습니다 - 한용운 (0) | 2009.07.01 |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0) | 2009.07.01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서시 - 윤동주 (0) | 2009.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