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한국시 총평

김광림 (시인)

 

예전에는 시인이 고통스러운 감정을 언어로 잘 드러내기만 하면 시가 되었지만 오늘의 시는 그것만으로 안 된다. 시인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날카로운 자의식에 의해 분석하고 그 속에서 자기를 확인하지 않으면 고통의 감정을 표현에 옮기려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존재론적 만남이 없이 섣불리 이를 말로 새겨서도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정을 뒷받침이나 하듯이 신인 차옥혜는 그의 시(소설문학)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너를 향하여 불을 지핀다.

불빛보고 내게 오라

기다리다 지쳐 잠들면

너는 나를 부른다.

반가워 깨어나면

이미 떠나고 체취만 남았다.

더 밝은 불을 지피랴

내 몸 구석구석 남김 없이 태우랴

타버린 재를 들치고

내 영혼 안을 구르는

舍利로 와

만남의 기쁨이 비로소

노래로 터지려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시인의 감정은 날카로운 자의식에 의해 분석되고 그 속에서 자기 확인이 되어야 비로소 자기연소를 통한 표현이 가능해지지만 타버린 재속에서 舍利를 들춰내듯 고통을 겪고서 만나는 기쁨이 가 아닐까.

 

<心象 198512월호 42-43쪽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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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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