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가르쳐 주신 치료법
박연신
제 집에 잠시 들려
몇 말씀만 해주세요
오냐, 아가야! 약으로 어찌 그 깊은 병 당장 다스리껬느냐. 딴 방법 없응게 밤낮으로 약 바르고 호호 불어 보란 말여, 정신 바짝 차리고 야무지게 다스려서 살아가야지. 쭉정이 마른풀 같은 그 연민의 끈 있지? 그것이 목숨이란 것잉게, 그불쌍헌 거 젖꼭지 꼭 물리고, 쌀죽이랑 아낌없이 끓여 떠 멕이고 혀서 지극정성 다 바치고 나서야 겨우 한 생명 구해낼수 있는 것이란다
한 세상
봐야잖겄써
너만은 꼭, 말이다
【감상】 사랑의 빛과 향기를 뿜는 사설시조 한 수!
어머니는 사랑이다. 어머니는 이 세상 삶의 처음이고 끝이며 정신의 고향이며 영원한 집이다. 박연신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그 어머니를 찾아 헤매며 끝없이 노래를 부른다. 이것이 박연신의 애절한 시조들이다. “난리통에 하늘 가신/ 울 어머니 가슴 반쪽// 딸아이 만나려/ 구름숲 헤쳐 헤쳐// 눈발이 분분한 밤에/ 버선발로 예 오셨네.”(반달ㆍ1 전문) 박연신의 이 시조가 보여주듯 시인은 어머니를 구절초, 싸리꽃, 진달래꽃, 목화꽃, 목련꽃 등으로 만나거나 봄비나 펄펄 내리는 눈으로 본다. 삼라만상에서 어머니를 만나 속삭이는 그녀의 시조는 풀어도 풀리지 않는 한풀이기도 하다. 때론 너무 아프고 지치고 멍에가 무거워 세상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은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그때 어머니는 ‘치료법’을 가르쳐 주시며 “한 세상/ 봐야잖겄써/ 너만은 꼭, 말이다”고 타이르신다. 이는 한편 비운으로 가신 어머니 대신에 자신은 꼭 살아서 한 세상을 보아야 한다는 사명감과도 같다. 어머니를 찾아 헤맨 그 기나긴 처절한 여정은 결국 “지극정성 다 바치고 나서야 겨우 한 생명 구해낼 수 있는 것이란다”라는 어머니가 가르쳐주시는 사랑의 도를 깨우치는 과정이었다. 위 시조는 그의 오랜 슬픈 노래들이 진정한 사랑으로 꽃피는 절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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