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을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감상】 담쟁이 도종환 선생님은 참 교육을 위한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되셨을 때 "힘겹던 해직의 나날 담쟁이처럼 살기로 했습니다"고 했다. "벽을 벽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러나 포기하지 안으면서, 오래 걸릴 거라고 행각하면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여, 마침내 절망적인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당쟁이처럼 벽을 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고 했다. 세상의 수 많은 벽들을 기어오르는 담쟁이 들의 순결한 초록빛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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