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읽다
김규화
이젤을 거꾸로
일요일의 한강이 그림을 그린다
우우우 몰려와 늘어선 물가의 아파트군
단숨에 세우고
짐짓 흔들어본다
하늘을 제 가슴 깊숙이 클릭하고
그 위에 구름 몇 송이 흘리다가는
이내 지워버린다
아파트를 흑수정으로 꾸며놓고
욜랑욜랑 물살 속의
창문을 열고 들어가시는 구부정한 어머니
뒤따르는 나를 덥석 안는다
돛단배 하나 지나가면서
한강이 우리를 지운다
피사로의 [수문]을 물새가 가로지른다
【감상】 이 시는 <하이퍼시>의 전형이다. 시인은 컴퓨터, TV, 핸드폰 등의 IT기기로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시대에 시의 변화를 추구하는 <하이퍼시> 운동을 하고 있다.
위 시에 대한 시인 본인의 해설을 들어보자. "이 시는 사이버세계와 현실세계의 융합이라고 하겠다. 한강과 한강 가에 늘어선 고층아파트들의 현실과, 한강물 속에 비치는 아파트와 그 속의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환상)을 병치시켜놓고 돛단배 하나가 지나가면서 현실과 환상 모두를 지워버리는 가상현실을 표현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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