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감상】 이렇게 아름다운 기도가 있을까? 하느님께서도 들으시며 큰 소리로 한참 웃으셨겠지만 눈엔 눈물이 일렁였을 것이다.

 

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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