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지붕

                                 김명인

 

집 짓던 인부들 집은 안 짓고

콘크리트 다져 넣은 슬래부 구조물 안에 틀어박혀

노래로 지붕을 얹고 있다 비닐로 덮어씌운

기둥 안쪽으로는 비 들이치지 않는지

쓰고도 남는 목청들 빗소리에 섞고 있다

낡은 가사로 골조를 세우면 얼기설기 줄거리는

일생을 꾸리고도 남는데

두껍고 두꺼운 오늘의 구름장은 언제 치우나

벽돌도 안 쌓고 인부들

대낮부터 빗속에서 지붕만 얹고 있다

얽어도 얽어도 씻겨 내리는 노래의 지붕!

폐인트 통 두드리는 엇박자 빗소리가

후렴에도 걸쳤다가 맨홀 틈새로 스며든다

 

  【감상】 비가 와서 잠시 쉬며 노래로 지붕을 얹고 있는 집 짓던 인부들! 시의 프리즘을 통하면 고단한 삶도 이렇게 아름답고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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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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