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종종걸음     

                                                       고증식

 

진종일 치맛자락 날리는

그녀의 종종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집안 가득 반짝이는 햇살들이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푸른 몸 슬슬 물들기 시작하는

화단의 단풍나무 잎새 위로

이제 마흔 줄 그녀의

언뜻언뜻 흔들리며 가는 눈빛,

숭숭 뼛속을 훑고 가는 바람조차도

저 종종걸음에 나가떨어지는 걸 보면

방안 가득 들어선 푸른 하늘이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 발걸음이 햇살이고 하늘인 걸

종종거리는 그녀만 모르고 있다 

 

  【감상】 ‘단풍나무 잎새 위로 언뜻언뜻 흔들리는 가는 눈빛’도, ‘숭숭 뼛속을 훑고 가는 바람’도 이긴 아내의 종종걸음이 ‘집안 가득 반짝이는 햇살’이고 ‘방안 가득 들어선 푸른 하늘’인 것을 아는 남편이 얼마나 있을까!  아내의 수고에 감사하는 남편의 마음이 환하고 어여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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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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