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표지 서평]
김형수(시인, 문학평론가)
차옥혜 시인은 가공된 무대를 설정하지 않는다. 세상의 틀이 미학의 틀이다. 모든 현상은 폐쇄된 인식의 회로를 벗어나 무한을 향해 열려 있고, 시어들은 한 번 스쳐 가는 데 100년이 걸리는 존재의 그림자들에게, 그것이 머물고 가는 짧은 세월을 호명한다. 시적 열림이 야성적으로 얽힌 생명 관계들을 비추기 때문일까? 화자의 진술들은 모두 사라져 가는 시간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실존의 형상이 된다. 이 조용한 ‘생태질서의 밑바닥에 있는 것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보면서 우리는 존재의 진실과 안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시집 표지 서평]
공광규(시인)
차옥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자연 친화적 생명의식과 생태적 상상력에서부터 사회정치적이고 범지구적인 상상력까지 그 폭이 광대하다. 시인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밀한 살림살이에서부터 세계 금융자본의 탐욕과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문제까지 소재를 폭넓게 채집하여 주제화하고 있다. 시인의 이러한 대모(大母)의식은 패권적이고 고장난 자본주의 시대에,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보여 달라며 ‘삶의 울음소리’로 발현된다. 발현되는 시인의 육성은 “별을 기르는/ 맑은 바람과 청결한 생수”와 같이 맑고 깨끗하다. 시인은 지구의 곳곳에서 사람과 동식물이 서로 소통하고 아껴주고 존중하며, 이 세상을 함께 가꾸어가려는 대모의지를 보여준다. “지구가 하나의 나라가 되고/ 세계 나라들이 자치도시가 되어/ …굶어 죽는 어린이가 없”는, “지구 어디서나 맑은 물을 먹을 수 있고/ … 병든 사람들 무료로 치료받고/ 어떤 종교든 서로 축복하고/ 신을 믿거나 안 믿거나 서로 존중하며/ 지구의 모든 무기를 묻어버리고/ 사랑”과 평화가 넘치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대모의식을 가진 차옥혜는 지구에 “생명과 평화와 사랑의 노래”가 울릴 때까지 “초록시를 쓰고 또”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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