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뿌리 4
차옥혜
줄기, 잎, 꽃, 연밥은
겨울을 건너지 못하지만
나는 순조롭게 건너 해마다
새 줄기, 잎, 꽃, 연밥을 낳아
봄, 여름,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감옥인 줄 안 진흙구덩이와 연못이
오히려 나를 지키고 보호하는
나를 먹이고 기르며 살리는
신의 품입니다
눈이 내리고 연못이 꽁꽁 얼어도
나는 멀쩡하게 편히 누워
새 봄을 준비합니다
투박하고 못 생긴 나를
언제나 꼭 껴안아주는
진구렁은
아무리 가물어도
나를 목마르지 않게
흠뻑 적셔주는
연못은
사랑이고 축복입니다
은혜의 순환 없이
어찌 세상이고 생명이겠습니까
어느 날 사람의 몸을 지날 때
연꽃등을 켜 어둠을 거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