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누가 사나
차옥혜
오십 마리도 넘는 거대한 쥐가오리 떼가
바다에서 5미터 높이로 한꺼번에 뛰어오른다
뛰어올라 새 날개처럼 양쪽 몸 끝을 흔들며
다시 바다 속으로 내려온다
몇 번이나 다시 뛰어오르기를 반복한다
적이나 기생충을 만나면 피하느라
바다 밖으로 빠져나오는
생존을 위한 급박한 몸짓이라는데
그 모습이 경이롭고 아름답게 보인다
쥐가오리들이 펼치는 행위예술 같다
죽을힘을 다하여 뛰어오르는
숨 막히는 그들의 절박한 순간이
자꾸만 더 보고 싶은 장관이다
옛날 로마 민가에 일부러 불을 지르고
불구경을 하며 시를 썼다는
폭군 네로가 내 가슴에도 살고 있는가
쥐가오리들아
미안하고 미안하다
<동국시집,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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