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꿩과 불명열
차옥혜
어린 두 아들을 둔 젊은 시절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로
서울 어느 병원에서
일주일 넘게 시달리고 있을 때
어머니는
산골 마을까지 찾아가 어렵게 구한
산꿩 한 마리를
통째로 가마솥에 넣고 밤새도록 고아
새벽 첫 기차를 타고 와
꿩물을 따라 내게 먹이며
“이걸 먹으면 열이 내린단다”
목숨을 다하여 기도하듯
간절한 목소리로 속삭이셨다
신기하게도 꿩물을 먹은 날부터
열이 내렸다
걸핏하면 불명열 생기는 세상에서
한 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어라
“이걸 먹으면 열이 내린단다”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
<시문학, 201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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