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이 적막을 위로한다

                                                                  차옥혜

 

낙엽이 낙엽을 덮어주며
마른 풀들이 마른 풀들을 껴안으며
빈 나뭇가지들이 빈 나뭇가지들을 바라보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는
적막한 겨울 들판이
적막한 겨울 숲이
적막한 나를 품는다

쓸쓸한 겨울 들이
고요한 겨울 숲이
뿜는 시리고 찬 은은한 빛이
쓸쓸한 내가
고요한 내가
읊는 시에
따뜻함으로 서린다

                                    
                                                 <창작 21, 201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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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시 -5 2023. 11. 8. 18:59

서리꽃

                                               차옥혜

 

 

누구의 기쁨이 서리꽃 되어

산을 덮었나

누구의 슬픔이 서리꽃 되어

호숫가 숲을 품었나

 

삶이 죽음을 죽음이 삶을 껴안아

서리꽃 나라 눈부셔라

 

겨울길만 헤매도

남루하여 자꾸만 몸 가려도

서리꽃 아닌 목숨이 어디 있으랴

서리꽃 아닌 넋이 어디 있으랴

 

서리꽃이 서리꽃을 부르며 웃고 있구나

서리꽃이 서리꽃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구나

 

 <소나기마을   2012년 여름호>    <경기PEN문학  2014년 재수록>

 

출처: https://okhye.tistory.com/186 [차옥혜 시인의 블로그: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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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시 -5 2023. 9. 28. 15:13

성묘

                                                      차옥혜

 

어머니와 아버지는
산 아래 내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이내 가을햇빛으로 달려와
나를 와락 껴안으시며
풀벌레 소리로
바쁜데 먼 길 뭐하러 왔느냐 하시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언제 올지 모르는 이 딸을 위하여
함께 오르는 산길과 당신들의 집에
가지가지 풀꽃들 피워놓으시고
토끼와 다람쥐와 여치와 새들도 불러놓으셨네
죽음과 삶이 정답게 주고받는 소리 부러워
단풍잎은 더욱 붉어지네
부모님 품은 금잔디 밭
부모님 눈은 가을하늘
이승과 저승이 한 세상이네
평안하고 따뜻하여 넋 놓고 앉았는데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둡기 전에 어서 가라고
내 등을 산 아래 마을 쪽으로 떠밀며
구름으로 자꾸만 따라오시네

 

                                                              (10번째 시집 <날마다 되돌아가고  있는 고향은>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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