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는 바람

시 -5 2023. 7. 20. 17:07

길 떠나는 바람

                                                     차옥혜

 

귀가 넒어 아픈 바람아
꽃을 피우고
물결 일게 하고
나무를 흔들어 보지만
부질없어
세상엔 가시지 않는 어두움
마르지 않는 눈물
그래서 육신은 다 닳고 스러져
혼만 남았어도
이제도 가시 박힌 세월을 밀어내며
네 눈물로 다져진 땅
네가 노래가 될
먼빛 밝은 날 찾아서
울며 길 떠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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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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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차옥혜

 

해가 저뭅니다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오늘도 종일 기다렸습니다
울며 당신 이름 불러도 보고
발이 닳도록 찾아도 보았습니다
아직도 때가 이르지 않았습니까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합니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죽으랍니까
당신은 끝끝내 숨어서 침묵하겠습니까
당신은 발자국 뒤에 발자국입니까
그림자 뒤에 그림자입니까
오늘도 당신 못 보고 몇 사람이 떠났습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 믿어 숨 쉬고 눈 뜹니다
당신은 슬픈 삶들이 스스로 뒤집어 쓴 굴레입니까
어둡고 춥고 가난한 마음들이 지피는 모닥불입니까
너무나 먼 곳에 있어 볼 수 없는 별입니까
다시는 기다리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나는 어느덧 등불 들고
어두워지는 길목에 서있습니다

 

                                                                 <문학과창작 200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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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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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는 주소가 없다네

                                                                       차옥혜

 

시인은 떠돌이
시를 만나기 위하여 
날마다 길을 가는
떠돌이 시인에게는
주소가 없다네
길을 가다 마음이 울리면
시 한 편 얻기도 하지만
가도 가도 시를 못 만나
고달파 숨막혀도 길 멈추지 못하는
떠돌이 시인에게는 주소가 없다네
탄생, , 아름다움, 향기, 기쁨만 아니라
죽음, 어둠, 미움, 슬픔도 함께
보이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들리는 소리만 아니라
들리지 않는 소리까지
함께 버무려 희망을 빚은
아무도 본일 없는 시를 찾아가는
떠돌이 시인에게는 주소가 없다네

 

                                                    <한국시인협회사와집, 2019.12.6>
                                                    <세계로컬타임즈, 오늘의 시, 202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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