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손이 아파서

시 -2 2006. 10. 7. 23:40

     

유령 손이 아파서

                                                         차옥혜

 

 

손이 없는 사람이

없는 손이 아파서 울고 있다.

머리는, 몸은

이미 썩어버린 유령 손을

또렷이 기억하고 현실로 느끼며

아파하고 있다.

 

아픈 지난 일을, 어두운 역사를

고통 없이 뉘우침 없이

용서와 화해라는 이름만으로 덮어버린다면

아름다운 미래와 참된 삶도 없다는 것을

살아남은 몸은

본능으로 알고 있는 것일까

 

한 번 맺은 인연

죽었어도

생전의 고통

고스란히 물려받아

거듭거듭 대신 아파서

다시 살려내고 있는

뜨거운 사랑일까

 

잃어버린 그에 대한

한풀이일까

간절한 그리움일까

 

갈라선 마음, 억울한 넋

불러 모아 하나로 얼싸안아

싱싱한 생명으로 꽉 찬

온전한 몸 행복한 우주를 이루고 싶은

꿈을 부르는 주술일까

 

유령 손이 아파서

그가 울고 있다.

 

<문학사상  200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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