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가난에 세계는 빚지고
차옥혜
파라과이 밀림 인디오 마을
아기를 허리에 낀 여인이
나무토막을 칼로 깎아 앵무새를 조각한다.
조각한 앵무새는 물감이 없어
불에 데운 쇠꼬챙이로 듬성듬성 검은 빛깔을 채색한다.
작은 것은 1 달러 큰 것은 5 달러
몇 개를 팔아야
수도를 놓고 싱크대와 화장실을 만들 수 있을까?
텔레비전 한 대를 살 수 있을까?
세상의 화폐로는
검고 흰 이 단순한 나무 앵무새가 형편없지만
지구의 화폐로는
자동차나 비행기 보다 더 비싸리니
그녀의 공해 없는 노동으로
지구는 더 맑고 깨끗한 물과 공기를 가지니
두어 평짜리 움막 흙바닥에서 맨발로 사는
그녀의 가난에
세계는 빚지고 있다.
<해외문학 10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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