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죄인
차옥혜
밥을 먹다가 길을 걷다가
잠자다가 거울을 보다가
어머니 잘 못했습니다
아픈 가슴으로 말하네.
꽃을 보다가 새소리를 듣다가
빨래를 개다가 별을 보다가
어머니 미안해요
시린 뼈로 말하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환한 어머니
어머니 용서해주세요
젖은 넋으로 사무친 그리움으로 말하네.
어머니를 쓸쓸하게 외롭게 한
내 죄가 얼마나 큰가를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았네.
어머니는 이럴 나를 미리 아시고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는 것이니
내가 떠나도 마음 상하지 마라
너 같은 딸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
고맙다.
말씀하시며 죽음 이후에도
불효한 나를 껴안고 힘주려하셨네.
그래서 나는 더욱 슬픈 죄인이네.
<문학과창작 200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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