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슬프다

시 -2 2006. 5. 5. 22:43

 

존재는 슬프다

                                                         차옥혜

 

 

아침 숲을 헤매다 보니

막 싹이 난 어린 소나무가 울고 있다

다람쥐에 챘을까

도토리에 맞았을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슬퍼 울듯이

자신의 존재가 슬퍼서 울고 있다

이 어린것도 벌써 존재의 슬픔을

본능으로 알고 있다

숲을 휘둘러보니

늙은 소나무도 전나무도 느티나무도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잘 생긴 바위조차 울고 있다

존재들은 울어 눈물에 무지개를 피우는가

울어 나무들은 자라고 숲은 아름다워지는가 

 

울음이 키우는 생애

울음이 밀고 가는 세상

 

<경희문학 16집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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