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뭍으로 가고 싶다

                                                            차옥혜

 

섬은 야윈다

제 살점을 떼어 파도를 풀며

제 뼈를 떼어 갈매기를 날리며

섬은 한사코 뭍으로 가고 싶다.

 

흑산도 그 할아버지는

아들 다섯 모두 뭍으로 보냈다.

물고기 잡고 미역 따고 김 말려

섬에서 번 돈

늙은 마누라와 쓸 생활비만 남기고

모두 뭍으로 보낸다.

 

섬은

실은 뭍도 수 만 섬들이 모여

어깨 부딪치며 악다구니하는 곳인 것 알면서도

모든 존재는 종내는 빈배로 떠돌다

섬이 되는 것 알면서도

뭍으로 가

어깨 한 번 부딪쳐보고 싶은 거다.

말 한 번 건네 보고 싶은 거다.

천년 외톨이로 쓸쓸한 섬은

만년 벙어리로 서러운 섬은

 

<문예운동  200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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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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