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뭍으로 가고 싶다
차옥혜
섬은 야윈다
제 살점을 떼어 파도를 풀며
제 뼈를 떼어 갈매기를 날리며
섬은 한사코 뭍으로 가고 싶다.
흑산도 그 할아버지는
아들 다섯 모두 뭍으로 보냈다.
물고기 잡고 미역 따고 김 말려
섬에서 번 돈
늙은 마누라와 쓸 생활비만 남기고
모두 뭍으로 보낸다.
섬은
실은 뭍도 수 만 섬들이 모여
어깨 부딪치며 악다구니하는 곳인 것 알면서도
모든 존재는 종내는 빈배로 떠돌다
섬이 되는 것 알면서도
뭍으로 가
어깨 한 번 부딪쳐보고 싶은 거다.
말 한 번 건네 보고 싶은 거다.
천년 외톨이로 쓸쓸한 섬은
만년 벙어리로 서러운 섬은
<문예운동 2001년 여름호>
'시 -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처의 힘으로 빛나는 자작나무 (0) | 2006.05.05 |
---|---|
죄인의 손 (0) | 2006.05.05 |
마음을 버리랴 (2) | 2006.05.05 |
밥 4 -내 서른세 살 어머니 (0) | 2006.05.05 |
밥 6 -말씀과 야채 전 (0) | 2006.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