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의 손
차옥혜
가야해 가야해
네 아버지 묻힌 고향으로 가야해
어머니는 말씀하시지만
안돼요 못 가요
더 강하게
꽉 잡아주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쓸쓸한 손을 알면서도
가셨다 싫으면 언제고 다시 오세요
말하며 늙은 어머니의 이사 짐을 싼다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나의 손길 나의 눈길이라는 것 알면서도
남쪽은 따뜻하고 공기가 좋아서 건강에 좋을 거예요
말하며 떨리는 손으로 울컥거리는 가슴으로
늙은 어머니의 이사 짐을 싼다
늙은 어머니 홀로 고향에 가시면
동백꽃이 되거나 소쩍새가 될 것 알면서도
늙은 어머니의 이사 짐을 싼다
달빛이 수갑 채우는
죄인의 손
<시문학 200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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