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버리랴

시 -2 2006. 5. 5. 16:24

  

마음을 버리랴

                                                       차옥혜

 

너를 보니

기쁘다 즐겁다

다시 너를 보니

아프다 슬프다

눈을 감았다 다시 너를 보니

너는 환하다 빛이다

자고 나서 다시 너를 보니

너는 없다 어둠이다

귀를 기울이니

너는

침묵이다

번개소리다

속삭임이다

 

눈을 버리랴 귀를 버리랴

아니 마음을 버리랴

 

너는 너인데

내 마음 따라

너는

바위이다가 풀잎이다가

도깨비이다가 사람이다가

꽃이다가 짐승이다가

별이다가 허공이다가

 

마음에 재를 뿌려라

눈뜨고 눈먼

귀 열고 귀 먹은

가엾은 사람아

 

<강남문학 7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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