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6 

            -말씀과 야채 전

 

                                                                     차옥혜

 

 

아버지는

전쟁이 난 이듬해 굶고 있는 어린 자식들을 끌고

언덕으로 숲으로 다니며

사람은 떡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산다고

옛날 성현들은 배고픔을 잘 참고 견디며

열심히 마음을 닦아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고

어떤 장사는 며칠을 굶고도

정신력으로 마을에 든 도둑 떼를 물리쳤다고

말씀을 영혼의 밥을 열심히 퍼주셨다.

얼마를 헤매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어디서 밀가루를 구해 와

화덕에 가마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야채 전을 부치고 계셨다.

 

나를 기른

아버지의 말씀과 어머니의 야채 전

그 갈등으로 숨차던

여섯 살배기 내 그 긴 긴 하루

 

<밥이 있는 수채화(기픈시문학회 3)  2001>

<경향신문  2008.5.19.자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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