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시 -2 2006. 5. 17. 19:31

 

등대지기

                                                                                 차옥혜

 

 

칠흑의 바다에 불덩어리 등댓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배들이 항구들이

등대지기의 쓸쓸함과 고통과 사랑에

심지를 대고 타는

등댓불로 어둠을 이겼을까

등댓불로 여기까지 온 사람들

등댓불로 여기까지 온 세계

 

등대지기의 아픔이 내 아픔을 사르고

등대지기의 외로움이 내 외로움을 사르고

등대지기의 슬픔이 내 슬픔을 사르고

등대지기의 눈물이 내 눈물을 사르고 

 

등댓불을 지키기 위하여

홀로 어두운 등대지기여

내 밤바다 등댓불을 끄십시오

나도 어두워져

당신의 어둠과 하나 되어

당신의 밤바다 등대지기가 되겠습니다

 

당신의 밤바다에 내가 등댓불을 지피고

내 밤바다에 당신이 등댓불을 지피면

당신과 나에게 밤은 없으리

세상에 어둠은 없으리

 

<시와사람  200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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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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