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차옥혜
칠흑의 바다에 불덩어리 등댓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배들이 항구들이
등대지기의 쓸쓸함과 고통과 사랑에
심지를 대고 타는
등댓불로 어둠을 이겼을까
등댓불로 여기까지 온 사람들
등댓불로 여기까지 온 세계
등대지기의 아픔이 내 아픔을 사르고
등대지기의 외로움이 내 외로움을 사르고
등대지기의 슬픔이 내 슬픔을 사르고
등대지기의 눈물이 내 눈물을 사르고
등댓불을 지키기 위하여
홀로 어두운 등대지기여
내 밤바다 등댓불을 끄십시오
나도 어두워져
당신의 어둠과 하나 되어
당신의 밤바다 등대지기가 되겠습니다
당신의 밤바다에 내가 등댓불을 지피고
내 밤바다에 당신이 등댓불을 지피면
당신과 나에게 밤은 없으리
세상에 어둠은 없으리
<시와사람 200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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