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향나무를 버릴 수 없다

                                                                    차옥혜

 

 

향나무 웃자란 가지를 치는데

순식간에 벌이 장갑 낀 손가락을 쏜다

손가락이 쿡쿡 쑤시고

손등이 부어오르고 팔뚝까지 얼얼해진다

그러나 벌집이 숨어있는 위험한 향나무를

나는 버릴 수 없다 떠날 수 없다

독이 오른 아픈 손으로

나는 다시 전지를 한다

 

사랑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힌 그

불바다에 뛰어든 그

전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하고

두 다리를 잃어버린 역무원 

 

사랑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구나

목숨을 거는 것이구나

사랑 있어

캄캄한 세상도 희망이 되는구나

 

화끈 화끈 쑤시는 내 손끝에서

벌집이 숨어있는 위험한 향나무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시와 정신  2003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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