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옥혜 시집 『허공에서 싹 트다』
문덕수(시인ㆍ예술원 회원)
차옥혜(1984년『한국문학』신인상 당선)의 제 8시집(?). 시전집을 합하면 제9시집. 작품은 「꽃보다 눈부신 사람」등 68편. 이중에는 「밥」이라는 리얼리티가 강한 15편의 연작시도 포함되어 있다. 매우 쇼킹한 제목을 가진 이 시집은 단순한 서정시집으로만 볼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는 폭넓은 현실적 제재들이 내포되어 있다. 양가(良家)의 규수형(閨秀型) 시인다운 평소의 거지(擧止)에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이 시집은 작자 자신과 출신 가문(家門)의 전기(傳記)까지 편입되어 있어, 역사적 서사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허공에서 싹튼다’는 제목은 고난의 시대를 극복한 한 서사까지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니힐리즘의 극복을 암시하는 제목이다. 시도 그렇다. 「꽃보다 눈부신 사람」에는 ‘꽃’과 그 꽃을 추구하는 ‘존재’의 두 실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꽃’은 그리움의 궁극적 대상이다. 굶주린 소년과 독수리「밥․1」). 자본의 블랙홀에 빠진 아프리카의 노예들(「밥․2」)은 적나라한 현실의 한 단면이지만, 6.25당시 33세였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행적은 꽃을 찾아 나서는 몸짓이다. 「꽃보다 눈부신 사람」속에 내재되어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시문학 2008년 6월호, 188쪽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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