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가 날아왔다
차옥혜
딱따구리가 날아와
딱딱딱 나를 쪼며 노래할 때
아프기도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내 이파리들 기뻐 우우 노래로 화답했네
딱딱딱 딱따구리가
내 마음에 둥지를 틀 때
부드럽고 따뜻하여
내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노래로 흔들렸네
딱따구리가 뚫어놓은 구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세계가 실려 오고
나도 딱딱딱 세계를 쪼아 집을 짓는
딱따구리가 되었네
딱딱딱 딱따구리는 나
딱딱딱 나는 딱따구리
우주는 나
나는 우주
<문ㆍ학ㆍ관(한국현대문학관) 2008년 가을호>
'시 -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법 (0) | 2009.01.05 |
---|---|
어머니의 자궁이 지은 집 (0) | 2008.12.26 |
가끔은 세상이 환하다 (0) | 2008.06.09 |
허공에서 싹 트다 (0) | 2008.04.01 |
소금구이 새우 (0) | 2008.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