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자궁이 지은 집
차옥혜
어머니는 주춧돌 아버지는 대들보
형제들은 주춧돌과 대들보를 이어준
일곱 기둥
별, 구름, 비, 바람, 눈, 해 놀다가도
틈 하나 나지 않고 튼튼하던 집
내 눈이고 귀이고 입이고 가슴이던 집
언제부턴가 일곱 기둥 차례로
새가 되어 날아가 버려 무너진 집
풀꽃과 달빛에 기대어
천리 밖 자식들 발자국 소리에
귀를 모으고 마음 졸이던
주춧돌과 대들보마저 묻혀버려
70년 만에 사라져버린 집
날마다 더욱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내 피와 살과 뼈인 집
내 길이고 등대인 집
날이 갈수록 더욱 환하고 아리는
가도 가도 닿지 않는 눈물 집
엄마아! 아빠아! 언니이! 오빠아! 동생들아!
숨바꼭질 그만하자 어서 나와
<사철푸른어머니의 텃밭(한국시인협회)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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