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글자로 부르는 노래
차옥혜
황토밭 원고지에 식물글자로
사랑과 생명과 평화를 노래한다
그립고 그리운 님 어긋나고 못 만나 죽어도
해마다 다시 살아 님을 꿈꾸는
상사화 글자로
발암물질을 억제하고 피를 맑게 하는
취나물 글자로
두뇌를 활성화 시켜 생명을 진화시키는
호두나무 글자로
못 생겼어도 향기로 영양으로 목숨을 반짝이게 하는
모과 글자로
사랑을 노래한다
콩잎 사이 수줍고 작은 보랏빛 얼굴로
벌과 나비를 불러 알찬 콩깍지 주렁주렁 배는
서리태 글자로
피톤치드 내뿜어 숨 쉬는 것들을 아름답게 하는
소나무와 잣나무 글자로
공기청소부 은행나무 글자로
생명을 노래한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오색 꽃 피고 또 피는
세계 평등주의자 백일홍 글자로
붉은 꽃잎 흩뿌리고 흩뿌리며
세상의 테러를 잠재울 것은
오직 사랑밖에 없다고 온몸으로 말하는
봉숭아 글자로
평화를 노래한다
번개치고 천둥 울고 장대비 쏟아지고 홍수 나도
폭풍 불고 눈보라치고 폭설 쌓이고 가물어도
견디며 죽으며 다시 살아 거듭 거듭 세상을 가꾸는
산수유, 할미꽃, 목련, 두릅, 도라지, 설토화, 좀작살나무
더덕, 주목, 사철 산당화, 박태기, 금송, 철쭉, 만수국
해바라기, 접시꽃, 붓꽃, 작약, 호박, 배추, 무, 매실
노루오줌, 둥굴레, 구릿대, 날개하늘나리, 범부채
………
식물 글자들로 황토밭 원고지를 가득 메워
사랑과 생명과 평화를 합창한다
<시집 『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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