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 囊中之錐

 이상옥(시인창신대학 교수)

 

  차옥혜의 삼월에 내리는 눈은 앞의 빈집과 마찬가지로 진부한 테마로 볼 수 있는 사랑, 삼월에 내리는 눈의 이미저리로 새삼 새롭게 조명한다. 

 

어디만큼 가다 되돌아왔니?

 

따뜻한 겨울에 쫒겨간 너를 찾아 헤매다

매화꽃 피고 산당화 산수유 꽃망울 맺히고

초록물 오른 황매화 가지 바람그네 타는

봄길 어귀에서

뜻밖에 못 잊어 돌아온 너를 만났다.

내 영혼은 네 입술에 뺨에 온몸에 입 맞추며

너를 얼싸안고 천지사방 휘돌아 춤을 춘다.

 

네 눈망울은 왜 그다지도

맑으면서 서글프냐

네 춤은 왜 그다지도

설레면서 아프냐

 

순간일지라도 세상과 나를

꽃 꽃 꽃 눈꽃으로 피워놓은

곧 또다시 떠나고 말

내 사랑아

-삼월에 내리는 눈

 

이 시는 타의에 의해서 헤어진 를 찾아서 헤매는 화자에게, 뜻밖에 돌아온 너를 만나서 환희의 순간을 보내지만 곧 또다시 떠나고 말 존재가 너임을 드러낸다. 이 같은 관념적 진술은 따뜻한 겨울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눈이 매화꽃 피고 산당화 산수유 꽃망울 맺히고 초록물 오른 황매화 가지 바람그네 타는 봄길 어귀 삼월에 내린 눈을 상관물로 형상화되고 있기에 새롭게 읽혀진다. 눈의 속성에 기댄 사랑의 절실함이 절절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게다가 이 시에서 다루어지는 사랑은 의 환유로 확장되고 있다. 그래서 이 시는 유한한 생의 아름답고도 슬픈 패러독스를 환기한다. 

 

<시문학 20077월호 147-148쪽 수록>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