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목숨
차옥혜
겨울을 이기고
막 솟은 쑥을 캐어
국을 끓여 먹고
막 돋은 원추리 잎을 뜯어
삶아 초고추장에 묻혀 먹으니
내 몸은
봄물 들었다 봄빛 환하다
목숨아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 못한다고
어린 새 싹을
서슴없이 먹고 또 먹으면서
살생한 일 없다고
순하고 착하게 산다고
착각하며 사는구나
방어하지 못하고
저항할 줄 모르는
여린 풀과 열매를
거리낌 없이 잘도 먹는
목숨아
슬픈 목숨아
<시집 『날마다 돌아가고 있는 고향은』 2012>
<2013년 성남문학인작품선집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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