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목숨

시 -3 2016. 2. 5. 19:21

   

슬픈 목숨

                                                 차옥혜

 

 

겨울을 이기고

막 솟은 쑥을 캐어

국을 끓여 먹고

막 돋은 원추리 잎을 뜯어

삶아 초고추장에 묻혀 먹으니

내 몸은

봄물 들었다 봄빛 환하다

 

목숨아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 못한다고

어린 새 싹을

서슴없이 먹고 또 먹으면서

살생한 일 없다고

순하고 착하게 산다고

착각하며 사는구나

 

방어하지 못하고

저항할 줄 모르는

여린 풀과 열매를

거리낌 없이 잘도 먹는

목숨아

 

슬픈 목숨아

 

<시집 『날마다 돌아가고 있는 고향은』 2012

<2013년 성남문학인작품선집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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