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풀은 사랑만으로 세계를 통일했다
차옥혜
나무와 풀은 오래전부터 세계를 통일했다
대륙과 대륙, 나라와 나라, 마을과 마을
너와 나
경계를 모른다
내 나라 민들레 유채 목련 개나리 튜립……
세계 곳곳에서 봄날이면 꽃피고
우리 마을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세계 곳곳에서 사철 푸르다
움직이지 못해도
나무는 숲을 이루고
풀은 초원을 이루어
사람과 동물을 품고 키우며 마을을 이룬다
나무와 풀은
제자리를 지키면서도
씨앗을 바람에 태워
씨앗은 산을 넘고 바다를 날아
오직 사랑만으로
세계를 통일했다
<한국현대시(한국현대시인협회) 2014년 하반기호에 「나무와 풀은 세계를 통일했다」 제목으로 수록>
<계간문예 2017년 봄호 위 제목으로 변경 후 재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