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시 -1 2006. 5. 5. 15:00

  

 콩깍지

                                                    차옥혜

 

여름내 품은 콩알들이

여물대로 여물어 빛나자

뽐내던 것도 한순간

잘려

볕에 바싹 말라

몽둥이로 실컷 두들겨 맞으며

아끼던 콩알들 다 쏟고

아궁이에 태워져

밭머리 재로 뿌려진 콩깍지야

내 어머니 같은 콩깍지야

빼앗기고 빼앗겨도

한여름 꿈밭이 설레어

반짝이는 콩알이 그리워

해마다 다시 콩을 배고 마는

콩깍지야

내 어머니 같은 콩깍지야

이 세상이

네 눈물 먹고 자라는구나

 

<포스트모던  199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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