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차옥혜
여름내 품은 콩알들이
여물대로 여물어 빛나자
뽐내던 것도 한순간
잘려
볕에 바싹 말라
몽둥이로 실컷 두들겨 맞으며
아끼던 콩알들 다 쏟고
아궁이에 태워져
밭머리 재로 뿌려진 콩깍지야
내 어머니 같은 콩깍지야
빼앗기고 빼앗겨도
한여름 꿈밭이 설레어
반짝이는 콩알이 그리워
해마다 다시 콩을 배고 마는
콩깍지야
내 어머니 같은 콩깍지야
이 세상이
네 눈물 먹고 자라는구나
<포스트모던 199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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