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부르는 소리

                                                  차옥혜

 

희망은 어서 자기를 찾아오라고

수시로 내 마음에 발신지가 없는

전문을 보내지만

나는 이제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지치고 발가락이 아프며

신발도 닳아 터졌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날들을 새벽부터 밤늦도록

찾아 헤매었나

신기루일까 별일까

이제 희망을 버리고

호박이나 바람개비로 살자 하는데

나를 포기하지 않고

어서 오라고 끈질기게 재촉한다

몇 걸음 떼어보다 헐떡이며 주저앉아

“제발 나를 그만 내버려 둬”

소리친다 그래도 한사코 끝까지

저를 찾는 것이

참 삶이라고

나를 부추긴다

문 닫고 눈 감고 귀 막아도

끝없이 늙고 힘없는 나를 괴롭히는

희망이 부르는 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것일까

 

<문학과 창작 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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