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넘치면 독이 되나 봐

                                                            차옥혜

 

 

비정규직으로 떠돌다

오래 만에 집에 들른 노총각 아들

한밤중 인기척에 깨어 보니 화장실에서

소리 죽여 토하네

 

공중 줄타기 같은 일자리에 시달려

밥 제때 제대로 못 챙겨 먹어

마른 아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따뜻한 밥과 국 듬뿍 담아

밥상을 차려주며

밥 많이 먹어라 밥이 힘이다

라는 말 주문처럼 되풀이 하는 것

 

고달파 줄어든 위로

에미 기분 좋게 하려고

억지로 많이 먹어 체했나

 

아들 몸과 마음 살찌우려다

되레 병만 준 에미

속수무책으로 가슴 쓰라린 밤

 

  < 한국시학,  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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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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