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빈손은 무엇을 노래해야 하나
차옥혜
개미허리톱다리노린재 떼가
내 서리태 밭을 점령했다
씨 뿌려 모종을 내고
북돋우고 김매며
한여름 불붙은 몸 땀띠 솟아가며
새벽부터 해거름까지
가꾸고 가꾼 밭
무성하게 솟은 순 쳐주고
다시 콩잎 솟구쳐
콩 줄기 갈라진 자리마다
수 만 보랏빛 작은 꽃 눈 떠
보석처럼 빛날 때
내 눈에도 수 만 서리태 꽃 피어
반짝였는데
꽃 진 자리 주렁주렁
어린 콩깍지 매달릴 때
내 가슴에도 콩깍지 무더기로 매달려
무지무지 설레었는데
개미허리톱다리노린재 떼가
콩깍지 속 콩즙을 다 빨아먹어버려
서리 내려도 빈 콩깍지와 마른 콩잎만
서걱거린다
추수의 계절 살이 닳도록 일하고도
빈들에 선 빈손은
무엇을 노래해야 하나
<PEN문학 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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