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빈손은 무엇을 노래해야 하나

                                                                        차옥혜

 

 

개미허리톱다리노린재 떼가

내 서리태 밭을 점령했다

 

씨 뿌려 모종을 내고

북돋우고 김매며

한여름 불붙은 몸 땀띠 솟아가며

새벽부터 해거름까지

가꾸고 가꾼 밭

무성하게 솟은 순 쳐주고

다시 콩잎 솟구쳐

콩 줄기 갈라진 자리마다

수 만 보랏빛 작은 꽃 눈 떠

보석처럼 빛날 때

내 눈에도 수 만 서리태 꽃 피어

반짝였는데

꽃 진 자리 주렁주렁

어린 콩깍지 매달릴 때

내 가슴에도 콩깍지 무더기로 매달려

무지무지 설레었는데

개미허리톱다리노린재 떼가

콩깍지 속 콩즙을 다 빨아먹어버려

서리 내려도 빈 콩깍지와 마른 콩잎만

서걱거린다

 

추수의 계절 살이 닳도록 일하고도

빈들에 선 빈손은

무엇을 노래해야 하나

 

 <PEN문학 2017년 여름호>

 

'시 -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숫원앙의 노래  (0) 2017.07.07
통곡하는 오키나와 한국인위령탑  (0) 2017.07.02
바다 앞에서  (0) 2017.06.24
사랑도 넘치면 독이 되나 봐  (0) 2017.06.22
희망이 부르는 소리  (0) 2017.06.03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