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차옥혜

 

해가 저뭅니다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오늘도 종일 기다렸습니다

울며 당신의 이름을 불러도 보고

발이 닳도록 찾아도 보았습니다

아직도 때가 이르지 않았습니까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합니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죽으랍니까

당신은 끝끝내 숨어서 침묵하겠습니까

당신은 발자국 뒤에 발자국입니까

그림자 뒤에 그림자입니까

오늘도 당신을 못 보고 몇 사람이 떠났습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을 믿어 숨을 쉬고 눈을 뜹니다

당신은 슬픈 삶들이 스스로 뒤집어 쓴 굴레입니까

어둡고 춥고 가난한 마음들이 지피는 모닥불입니까

너무나 먼 곳에 있어 볼 수 없는 별입니까

다시는 기다리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나는 어느덧 등불을 들고

어두워지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문학과창작  2000년 6월호>

 

 

'시 -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맞이꽃  (0) 2006.05.20
낙엽  (1) 2006.05.19
나뭇잎  (0) 2006.05.05
기도 2  (0) 2006.05.05
매미  (0) 2006.05.05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