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시 -1 2006. 5. 20. 13:33

 

 

달맞이꽃

                                                  차옥혜

 

 

어둠이 깊어서야 너는 꽃이 되었구나

 

캄캄하기 전에는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으랴

바벨탑들이 무너지고

빛나던 것들이 암 덩이를 드러낸다

믿었던 오아시스는 신기루고

사랑은 소금기둥이 되었다

 

절망이 아픔이 슬픔이 익어 핀

꽃이여

질펀한 어둠을

네 빛으로 다 태울 수 있겠느냐

네 가슴으로 다 녹일 수 있겠느냐

캄캄한 세상을 밤새도록 울고 나면

새벽을 물고 오는 파랑새를 보랴

대낮은 꿈처럼 왔다 가고 또 다시

고통스러워도 눈에 불을 켜고

세상의 창자가 다 드러난 밤을 지키려느냐

 

어둠이 깊어서야 너는 꽃이 되었구나

 

<강남문학  6호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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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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