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차옥혜
어둠이 깊어서야 너는 꽃이 되었구나
캄캄하기 전에는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으랴
바벨탑들이 무너지고
빛나던 것들이 암 덩이를 드러낸다
믿었던 오아시스는 신기루고
사랑은 소금기둥이 되었다
절망이 아픔이 슬픔이 익어 핀
꽃이여
질펀한 어둠을
네 빛으로 다 태울 수 있겠느냐
네 가슴으로 다 녹일 수 있겠느냐
캄캄한 세상을 밤새도록 울고 나면
새벽을 물고 오는 파랑새를 보랴
대낮은 꿈처럼 왔다 가고 또 다시
고통스러워도 눈에 불을 켜고
세상의 창자가 다 드러난 밤을 지키려느냐
어둠이 깊어서야 너는 꽃이 되었구나
<강남문학 6호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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