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아카란에게로 가는 길
차옥혜
땅에 생명체가 없었던 6억 년 전
바다에는
머리도 꼬리도 입도 내장도 없는
아무것도 잡아먹지 않고도
햇빛과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영양분만으로
5000만년이나 평화롭게 산
에디아카란이라는 광합성동물이 있었다.
에디아카란은
맑은 바다에서 오직 가슴으로 온 몸으로
꿈꾸고 사랑만 하며
살았다!
뛰고 싸우고 땀흘리지 않고도
깨물거나 씹거나 물어뜯거나 삼키지 않고도
속이거나 거짓말하지 않고도
살았다!
평생동안 제 몸뚱이 외엔
쓰레기 한 줌 만들어내지 않고
오직 산소를 내뿜어
땅 위에 생명의 도래를 예비했다.
나를 불질러
한 그루 나무에 스며들까
나를 후벼
내 안에 나무를 심을까
에디아카란에게로 가는 길을 찾는다.
<성남문학 33집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