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차옥혜
뿌리내린 황토 산 둔덕
바람 불어불어
평생을 갈대로 울던 그 사람
죽어서도 서산 마루 놀빛 큰 눈으로
고향을 굽어보더니
오늘은 풀씨를 싹틔우고
소나무 향나무 밤나무 키워
빈 산을 채우러
비로 오는 그 사람
나도 비가 되어
세상 하나 이루라 하네
닦아 낸 먼지 안고 수채로 흘러
하수도 썩은 물이 되어도
마침내 바다가 되는
비가 되라 하네
<시집 『비로 오는 그 사람』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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