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시 -1 2006. 5. 5. 15:46

  

 분신

                                                    차옥혜

 

님이여

내 애간장 다 태웠어도

길 어두워 못 오신다니

남은 살과 뼈마저 불질러

천 년을 순간으로 사는

불꽃이 됩니다

불꽃이 눈부신 길로

봄바람처럼 오소서

마침내 꽃잎 지듯

내 살과 뼈 재가 되어

님이 밟을 땅

웅덩이를 메우며 스러져도

이 세상 끝날에도 타고 있을

내 불꽃 넋은

님 속에 집을 지으리니

님이여

눈 짓무른 나는

당신을 향하여

지금 황홀한

불꽃이 됩니다.

 

<한국문학  1988년 3월호>

 

'시 -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06.05.05
  (0) 2006.05.05
귀를 막지 않겠습니다  (0) 2006.05.05
다 벗으니 다 보이는구나  (0) 2006.05.05
어둠  (0) 2006.05.05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