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차옥혜
님이여
내 애간장 다 태웠어도
길 어두워 못 오신다니
남은 살과 뼈마저 불질러
천 년을 순간으로 사는
불꽃이 됩니다
불꽃이 눈부신 길로
봄바람처럼 오소서
마침내 꽃잎 지듯
내 살과 뼈 재가 되어
님이 밟을 땅
웅덩이를 메우며 스러져도
이 세상 끝날에도 타고 있을
내 불꽃 넋은
님 속에 집을 지으리니
님이여
눈 짓무른 나는
당신을 향하여
지금 황홀한
불꽃이 됩니다.
<한국문학 198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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