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씨앗은 봄날이 두렵다
차옥혜
민들레 씨앗은 봄날
솜털 같은 갓털을 쓰고
바람에 실려 허공을 떠돌다
길에 떨어져 구르고 구르다
사람 발길, 자동차 바퀴에 짓밟히고
길섶 풀 더미에 엉겨 붙거나
하수도, 시궁창, 냇물에 빠진다
민들레 씨앗 하나 어쩌다
“좋은 곳에 가서 자리 잡고 잘 살아라”
애타며 손 흔들던 엄마에게 돌아왔다
“에그 내게로 다시 오면 죽어”
“엄마 내 뜻이 아니어요
세상은 만원, 뿌리 내릴 땅이 안 보여요“
“그래도 바람 불면 다시 날아야 돼”
“곳곳에 민들레 씨앗들의 시체가 쌓여 있어요”
“그래도 자리 잡고 싹튼 민들레 씨앗도 있잖아
자, 바람이 분다 어서 다시 날아 날아가”
이 민들레 씨앗은 갓털을 팔락이며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다
엄마의 얼굴에 눈물을 뿌리며
바람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아버린다
< 2016년 5월 3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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