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차옥혜
백일홍, 원추리, 참나리, 장미
수국, 접시꽃, 범부채, 우단동자
한창인 초여름 꽃밭 틈 사이 솟아 핀
개망초꽃!
뽑아내려 다가오는 호미든 손
안돼! 제발 나를 그냥 내버려 둬
내가 잡초꽃이라고? 보기 싫다고?
나도 하늘이 보내준 국화과에 속하는
노란 씨방을 품은 하얀 꽃이잖아
나 때문에 꽃밭 품위가 떨어진다고?
장애인 요양소가 이사 온다는 건물에
장애인들 이사 못 오게
제멋대로 폴리스라인을 치고
건물 옆에 천막 짓고 몰려 앉아
지키고 있는 건장한 주민들
<시와문화, 202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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