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차옥혜
소녀적 이른 아침 다락방 창문을 열면
냇물 건너편 둑에
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
서로 멀리서 바라만 봤어도
바람과 시냇물에 실어
소리 없이 주고받던
설레는 말들
학교에 늦을까 봐 곧 창문을 닫으며
꽃이 되던 나
그 소년은
아침 햇살이었을까
꿈이었을까 희망이었을까
‘보고 싶다’
한마디만 쓰고는 못 부친 편지를 품고
구름 따라 발이 부르트도록 걷던 길
이제 하얀 머리칼 흩날리면서도
아직도 편지를 품고 떠도는 것은
‘보고 싶다’
단 한마디 말의 힘이리라
<2021.2.20.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사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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