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죽은 호밀밭 다시 살아나다
차옥혜
“정신 차려, 눈 떠, 시간 없어”
바짝 잘려 풋거름이 되고 남은
말라가는 호밀 밑둥치 우리를
만물의 어머니 대지가 깨운다
“어서 나에게서 물을 빨아들여
서둘러 다시 싹 틔워라
여문 씨앗을 남기지 못하면
식물 나라 삶이 아니다”
만물의 어머니 대지와 뿌리의 닦달로
풋거름을 만들기 위하여 잘린
우리 호밀 밑둥치에서 일주일 만에
새싹이 다시 솟았다
쑥쑥 자라 보름 만에 맺은 이삭이
바람에 반짝이며 흔들린다
우리에게 이런 힘이 남아 있었다니
스스로 신비하고 감격스럽다
만물의 어머니 대지를 사랑하며
만물의 아버지 하늘을 우러르며
뒤늦게 잘 익는 씨앗 품고
두 번 사는 우리 호밀은
한껏 가슴 부풀어 행복하다 기쁘다
<한국현대시, 2021년 하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