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 맺은 호밀

시 -5 2022. 7. 10. 14:05

이삭 맺은 호밀

                                                          차옥혜

보아라
잎새 사이로 솟아 맺힌 이삭!
자랑스럽다 어여쁘다
겨우 사월 중순인데
대추나무 감나무 배롱나무
아직도 잠자고 있는데
줄줄이 솟아 춤추는 이삭이라니
우리 호밀 잎새들은
우리들의 깃발이며 목숨이고 영혼인
이삭을 우러르며 뽐낸다
오월 이삭이 여물면 타작하여
우리 호밀의 몸은 씨앗과 헤어져
지푸라기가 되겠지만
우리 호밀의 마음은 씨앗에 담겨
함께 영원으로 가는 기차를 타리
한 생을 잘 마무리한 우리 호밀은
뿌듯한 가슴 당당한 눈빛으로
생명의 송가를 씨앗에 새기며
종착역에 내려 또 한 생을 예비하리
장하다 아름답다
이삭 맺은 나여, 우리 호밀 나라여

 

                                                                   <시현실 202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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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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