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호밀
차옥혜
세상은 만만치 않아라
소슬바람 지나
찬바람 높바람 휘몰아쳐
땅은 꽁꽁 얼어
뿌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더니
폭설이 온몸 덮친다
벌써 죽어야 하는가
가을에 겨우 태어났는데
겁에 질려 눈 감았다가
정신 차려 보니 몸은 여전히 푸르다
여리고 가냘픈 잎이
어디서 힘 받는가
눈 감옥 여기저기
호밀들 있는 듯 없는 듯
미세한 푸른 핏줄로 서로서로 깨워
온기 나누며 지키고 있구나
혹독한 겨울을
함께 견디며 맞서 이기고 있구나
장하여라 우리 겨울 호밀밭
<문학과창작 2021년 봄호>